교구장님 말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의 준비과정인 교구 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시노드의 교구 단계에서 실시하는 ‘시노드 자문 모임’(소그룹 모임)과 ‘세계주교시노드 준비 모임’(교구 문서 종합)의 목표는 시노드 교회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노드 자문 모임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노드 자문 모임은 우리 자신과 교회 안에서 성령의 활동을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시노드교회를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기도를 통해 기도를 배우는 것처럼 시노드를 통해 시노드를 익히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시노드 교회를 배우고 체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경청입니다. 시노드 과정 안에서 하느님 백성은 서로 경청할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인 평신도, 수도자와 성직자 모두가 상호 경청함으로써 서로를 존중하며 고유한 권한을 지니고 교회의 직무와 생활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선교, 곧 세상의 복음화라는 공동의 사명을 위해 공동의 책임 을 나눔으로써 시노드 교회를 이해하고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 시도하는 세계주교시노드의 준비단계이기에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회는 지금 시노드 교회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교회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과정은 세계주교시노드의 새로운 방식이며, 우리 서울대교구가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어느 시노드 보다도 하느님백성 모두의 참여와 기도가필요합니다. 서울대교구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갈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요한 1,14)​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수도자 여러분, 그리고 형제 사제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북한의 형제자매들, 온 세상에서 구원의 은총을 청하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 성탄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은 하느님이 죄로 물든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인간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거룩한 탄생입니다. 요한복음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고자 인간 본성을 취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은 그리스도교 최고의 신비이며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신 소통 방법입니다. 이 강생의 신비를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같이노래했습니다.
“그리스도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5-8)

작년부터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곤궁에 처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코로나 팬데믹은 온 세상의 모든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종교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모든 상황을 보시고 시노드를 교회의 현안 과제로 주셨다고 생각됩니다. 교황님께서 전세계 모든 교구에 요청하신 시노드는 단순히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시노드의 시작은하느님 백성인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공동의 여정안에서, 지금이 시대에 울리는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친교 안에서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여, 서로 경청하고 함께 사랑의 나눔을 체험하면서 교회의 본질인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초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의 시노드는 예전과는 다르게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기도하면서 함께 모색하고 함께 경청하며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시노드’로 초대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하며 서로 경청하면서, 교회가 새롭게 변화해야 할 몫이 있다면 그 부분이 무엇인지를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찾아 나아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초대교회에서 사도들과 원로들을 중심으로 제자들의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찾고 경청하며 함께 성령의 뜻에귀기울이며식별의결실에도달하였습니다.(사도6장)이런교회의 전통에 발맞춰“하느님백성이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시노달리타스’(시노드정신)는 교회의 매우 중요한 친교의 영성과 전통에 속하며, 이 여정에는 경청이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친교와 경청을 통해 우리들 안에서 살아서 역사하시며 활동하시는 성령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이번시노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번 시노드의 방향은 하느님 백성 구성원 각자가 하느님 앞에 신원의식(정체성)을 짚어보며, 성령의 인도 아래 서로 경청하고 존중함으로써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함께 찾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초대교회의 신자들의 삶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초대교회 신자들이 그러했듯,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은 말에 앞서 먼저 하느님을 찾고 만나야 합니다.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 그것이 기도입니다.
둘째,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물질이라고 하는 세상적인 가치에 우선권을 두고 거기에 휘둘리고 있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 앞에 바로 세워야 합니다. 참 사랑이신 하느님 앞에 대면하면서, 참 행복이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랑 안에 있음을 새기고, 우리의 가치기준을 하느님 앞에 바로 세워야 합니다.
세 번째, 참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난 그리스도인들은 우리를 변화시킨 그 사랑을 이웃 안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사랑은 내 자신안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보물이다.” 하셨듯이, 우리 이웃의 가난과 불편을 함께 나누고 고통을 분담하는애덕 실천이 복음화의 중요한 한 모습입니다.

오늘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음을 기억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성탄이 2000년 전 베들레헴에서의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다시금 이뤄지는 사건이 되게 합니다. 나아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 자신이 그분 안에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건이 됩니다. 그래서 이웃과 사회에 그리스도를 말과 행실로써 증거하며 참되게 주님 강생의 신비를 전해야 합니다. 먼저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우리가하느님백성의정체성을묵상하며,시대의요청 안에서 우리의 소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복음을 증언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여, 저희를 특별히 보호해주시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정신으로 살고 영원한 구원에 이르도록 전구해주소서. 주님 성탄의 은총과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가득하고 또한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2022년 신년 메시지


“그렇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습니다.”

(에즈라 10,2)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선물로 받은 한 해, 하느님의 평화와 축복을 기원합니다.
한 해의 달력이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가 오는 것은, 그저 세월의 무상한 쳇바퀴가 도는 게 아니라 분명 하느님의 은총이요 선물입니다.

우리는 최근 2년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다들 조금씩 지치고 힘들어 인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새해가 밝아옴은, 지치고 갈라진 마음에 생기를 주는 한 줄기 생명수같이, 새 분위기 새 마음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밝아온 새해는 지난 2년과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초유의 팬데믹을 경험하며 개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과 개인들의 연대가 중요함을 우리 모두 더 깨닫게되었기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시노드 교회를 살도록 초대해 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요청하시는 시노드는 단지 몇 가지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회의’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인 우리 모두가 자신의 신원과 소명에 대한 성찰과 참여와 경청의 주인공으로 살도록 불러주신 초대입니다. 새해에는 ‘시노드 회의’가 아니라 ‘시노드 교회를 삶’으로써 먼저 우리 자신이 변화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자신이 하느님 안에서 변화하면서,각자의삶의 자리에서 이루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 밝게 변화시켜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시노드의 기본 정신은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 특히 지도자,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고 국민들도 각자의 소명을 깊이 깨닫고 변화하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밝아지고 희망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