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시노드 닫는 미사 강론 2022 0612 (삼위일체대축일, 명동)
찬미 예수님!
오늘 삼위일체대축일에 우리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단계를 닫는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2021년) 10월 10일 “시노드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미사를 거행하셨고, 전세계 모든 교구들도 교구 단계의 시노드를 개막하도록 초대해 주셨기에, 우리 서울대교구도 전임 교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님의 주례로 교구단계 개막미사를 작년 10월 17일에 거행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약 6개월간 진행된 교구단계 시노드를 닫는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개막 미사를 통해 서울대교구는 교황님께서 지향하시는 ‘시노드 교회를 체험하고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정하면서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각 본당신부님들께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청해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시노드 동안 하느님 백성이 서로 만나고, 서로의 체험을 나누고, 교회를 위해 제안하고, 복음을 기준으로 식별하고 함께 나아가는 여정들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제안된 여러 의견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읽고, 분류하고, 해석하고, 식별하면서 시노드 종합문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번 시노드 교구단계 여정에 함께 참석해 주시고 제안해 주신 분들, 특히 각 본당들과 남녀수도회들, 여러 사도직 단체들과 개별적으로 참가해 주셨거나 혹은 그룹으로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 자녀다운 용기를 지니고 의견을 제안해 주신 여성,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이주민과 난민, LGBT/성소수자, 그리고 모든 젊은이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교구가 진행한 시노드 교구단계는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예전의 세계주교시노드는 교회의 주요 이슈를 다루기 위해, 전 세계의 주교단을 대표하는 대의원 주교님들 몇 몇 분들이 참석하는 회의, 즉 대의원 주교님들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시노드에 하느님 백성 전체를 초대하셨습니다. 하느님 백성 안에 울리는 성령의 목소리를 들으시고자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는 교구단계 시노드를 진행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교구는 교구 대표로 선정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 중 몇 몇 대표를 뽑아 진행하는 ‘대의원 방식’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직접 시노드 제안을 경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지역담당 주교님들께서 사제들과 시노드 모임을 함께 하셨고, 사제들은 각 본당에서 여건에 따라 신자들과 소그룹 모임을 진행하였으며/ 소그룹 모임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은 개별적으로 성찰하고 식별하여 교구단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했고, 경청하였습니다. 또한 서울대교구에 소재한 남녀 수도회와 함께 수도회 네트워크 모임을 진행하여 의견들을 경청하였으며, 저는 시노드 맥락에서 교구 신부님들께 두 차례 교구장 서한을 발송하고 신부님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렇게 경청을 통해 작성된 문서는 다시 문서 종합팀과, 교구청 회의, 각 지구장과 시노드 담당 신부님께 그리고 지구 조직을 통해 조직된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에게 전달되었고, 다시 개별적으로 공유되어 검토 및 수정을 거쳐 최종 문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 교구 시노드의 이 최종 문서는 오늘 이 미사가 끝나는 대로 교구 홈페이지에서 모든 분들이 자유롭게 열람하실 수 있으십니다.
교구단계를 통해 종합된 시노드 교구단계 종합 문서의 내용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번 시노드 교구단계를 통해 우리 교구에 맺어진 결실은 ‘성령께서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개입하시며 우리 교회를 이끄신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고, 우리를 변화시키신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함께하심을 체험하였다는 것이 이번 시노드 모임에서 가장 많이 제시된 의견이었습니다. 이러한 의견은 우리가 소그룹 모임에서 체험한 ‘진실한 나눔과 경청’을 통해서입니다.
오늘 우리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며 시노드 교구단계 감사미사를 거행하고 있는데, 이 또한 우리 교회를 축복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이라 여겨집니다. 이번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핵심은 친교, 참여, 사명(선교)입니다. 특히 시노드 교회의 친교의 모범은 삼위일체 하느님이십니다. 삼위일체는 인간의 지혜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들과 성령을 통하여 우리에게 이 신비를 드러내셨습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이 세 위격의 다양한 모습으로 체험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속성이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선에 기여하는 특별한 행위입니다. 하느님의 속성은 바로 사랑이기에, 최고의 존재이며 존재 자체이시면서도 하느님 자신을 우리에게 기꺼이 넘겨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당신에게로, 당신의 사랑에로 초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창조하셨다 하는 말은 바로 우리를 사랑으로 창조하셨고, 사랑으로 초대하셨다는 말과도 같다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같은 분이시지만,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몸소 인간이 되셨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품고 하느님이시면서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우리 인간을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바쳐 죽기까지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로부터 나오신 성령은 우리 각자의 삶에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면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이신 진리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구원을 선포하고 실천하도록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시노드 교회의 세 가지 기둥인 친교, 참여, 사명을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교회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현존방식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시노드 교회의 친교(communio)는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시노드 교회의 참여(partecipatio)는 하느님 안에서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노드 주제로서의 “사명”은 미션(missio) 곧 선교를 번역한 용어로서, 교회의 본질은 선교에 있고, 이를 우리들의 삶으로 증거해야 함이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는 것임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한마디로 말하면, 삼위일체 하느님의 특별한 관계를 교회의 생활과 직무 수행을 통해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교구단계로 마치는 것이 아닙니다. 교구단계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시작입니다. 특별히 우리 교구는 앞으로의 시노드 여정에 ‘담대한 경청’(listen with Parrhesia)을 제안하였습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용감하게, 담대하게’ 경청하는 교회의 능력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삼위일체 하느님, 특히 성령과 함께 할 때 교회가 얻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를 교구 종합문서에 담아 주교회의와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에 제출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교구단계 시노드 닫는 미사 이후 앞으로의 시노드 여정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아시아주교회의 그리고 세계주교시노드 단계로 이어지고, 2023년 10월에 시노드 정기총회가 끝나면 이후 후속 단계가 뒤따를 것입니다.
우리 교구도 교구단계 감사미사를 끝으로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노드 체험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바라시는 교회의 모습을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하느님 백성 모두가 주인공으로 주님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모두가 주인공으로 교회 삶에 참여하는 가운데 서로 경청하고, 나누고, 함께 성령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가는 여정을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 교구 시노드 종합문서 의 전문의 내용은 시노드 홈페이지와 서울주보에 게시된 QR 코드를 이용하시면 바로 찾아보실 수 있으십니다.
이번 시노드 교구단계 진행을 위해 준비해 주시고, 직접 운영해주신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과 오늘 미사에 참석해 주신 분 그리고 서울대교구 안에 살아가시는 모든분들(비신자 포함)께 감사드립니다. 성령 안에서 함께 가는 우리 교구의 시노드 여정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좋은 결실을 맺어 갈 수 있도록,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도우심과 전구를 청하며 이 미사 중에 함께 기도합시다.